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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22.05.22 상동호수공원)

일요일. 상동 호수공원을 가보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돔형 식물원이 들어섰고, 케어 지역이라는 일반인 출입 통제 구역도 생겼고, 노후시설 교체공사까지 하여 당혹스러웠지만, 여름 직전의 계절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벌써 연꽃이 피었더군요. 회색 세월, 꽁꽁 묶어 두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모르겠다. 젊음, 항상 곁에 두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모르겠다. 문고리 잠그고 대못을 박아도 검은 머리는 회색이 되었다.

자작글 2022.05.24

바람소리 ('22.05.15 여성봉)

일요일, 여성봉에 올라 오봉과 백운대를 바라보았습니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날씨도 좋아 조금 들떴습니다. 아늑한 산세가 정겹고 포근했지만, 산꼭대기엔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하하하... 옛 블로그 친구님들은 여전히 잘 계시려나... 바람소리 바람이 묻습니다. 기울지 않는 저울을 찾았더냐? 내려보지 않고 올려보지 않는다던 그 세상! 바람이 말합니다. 그렇게 목에 힘만 주다간 목 부러지겠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다간 머리 떨어지겠다.

자작글 2022.05.17

서오릉 ('21.03.22 고양시 서오릉)

다소 쌀쌀했던 일요일, 고양시 서오릉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묘 중 궁중 나인에서 중전 됐다 폐위됐다 한 장희빈의 묘가 눈에 띄었습니다. 악녀였네, 최숙원의 모함을 받았네, 남인과 서인의 정치적 희생양이네, 숙종이 버렸네... 각각의 주장을 듣다 보면 다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살다 보면 벌어질 수 있는 흔한 일이 아닐까요 ㅎㅎ... 명릉: 사진에서 오른쪽은 2번째 각시, 왼쪽은 3번째 각시, 숙종의 묘는 가운데라 사당에 가려져 안 보임. 장희빈(20대 임금 경종의 생모)의 묘: 1969년 경기도 광주에서 이곳에 이장했다고... 본명은 장옥경이고, 당시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역관으로 상당한 부자였다고....

편집글 2021.03.22

봄에게 ('21.03.14 상동 호수 공원)

대체로 맑던 지난 일요일, 상동 호수공원에 가보았습니다. 잔디밭엔 민들레와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막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산과 들엔 초록이 짙어지고 진달래와 벚, 복숭아꽃도 피겠지요. 봄에게 봄아, 반갑다! 흙 뚫고 물 갈라 초록으로 왔구나. 연둣빛 새 잎과 밝은 표정이 좋다. 봄아, 꿈꾸느냐? 너의 목표가 행복일 수는 있지만, 결과가 항상 행복인 건 아니란다. 봄아, 잊지 말아라! 행복하지 않다고 실패한 건 아니란다. 그리고, 성공하지 않아도 인생이란다.

자작글 2021.03.17

둥지 ('21.02.13 김포 장릉)

설 다음날 오후, 맑고 포근한 날씨에 김포 장릉엘 갔습니다. 비행기 소리가 들렸지만, 산새 소리는 더 멋지게 들렸습니다. 딱 또르르 딱 또르르... 딱따구리와, 산책로가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둥지 둥지를 지으며 소곤소곤 둥지를 지키며 티격태격 둥지에 살면서 아웅다웅 둥지를 떠나서 훌쩍훌쩍 이 동영상 재밌네요. 아빠새는 사냥만 하고, 엄마새는 전업주부 같습니다.

자작글 2021.02.15

꿈꾸는 번데기('21.02.07 소래습지 공원)

지난 일요일 오후, 파란 하늘을 보고 소래습지 공원에 갔습니다. 번데기, 해당화, 앙상한 갈대, 그리고 소금창고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아지랑이 피는 봄이 오길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꿈꾸는 번데기 그 양치기는 동쪽에 늑대다! 서쪽에 늑대다! 겁주며 관심을 끌 뿐, 답이 없습니다. 저 날새들은 비하로 도배질 험담에 펌프질 떠들어 관심을 끌 뿐, 답이 없습니다. 번데기가 속삭입니다. 소음에 잠 깼어 입을 닫아야 봄이 오지. 해당화가 속삭입니다. 더 기다려 봐 때가 되어야 싹이 나지. 갈대들도 속삭입니다. 대가를 치러야지 겨울 없이는 봄도 없지.

자작글 2021.02.11